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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28-2897
부산시 수영구 수영로408번길 28
인디고 서원
책소개
세계문학사의 유일무이한 기록이 된 거장
생사를 걸고 자유를 수호해온 살만 루슈디
2022년 피습 사건 이후 첫 목소리!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작가
살만 루슈디의 2022년 피습 이후 첫 목소리
2022년 뉴욕주 셔터쿼의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피습당한 살만 루슈디가 공식적으로 처음 이 사건을 다룬 회고록 『나이프』가 출간되었다. 2022년 8월 12일, 살만 루슈디는 공개 강연을 준비하던 중 괴한에게 목, 가슴, 눈 등 온몸을 칼에 찔렸고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루슈디의 장편소설 『악마의 시』에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1988년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파트와)을 내린 이후 루슈디에게 처음 발생한 피습 사건이었다. 파트와 이후 루슈디의 작품을 번역한 일본, 이탈리아, 노르웨이의 번역가들은 피습을 당했고, 루슈디는 오랜 시간 은둔생활을 지속하며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1989년 호메이니의 사망 이후 이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형 선고를 집행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그에 대한 응징을 멈추지 않았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나를 비롯해 『악마의 시』 출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악명 높은 살해 명령을 내린 지 삼십삼 년이 흘렀다. 고백하건대, 그 세월 동안 나는 공개 포럼 같은 곳에서 암살자가 벌떡 일어나 바로 이런 방식으로 내게 다가오는 상상을 가끔 했다. 그래서 그 살인적인 형체가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그래, 너로구나, 이제 왔네, 였다. (본문 17p)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 3회 수상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긴 루슈디는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분노』 『조지프 앤턴』 『무어의 한숨』 등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에 풍자만화를 그렸다가 살해당한 만화가들이나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탄생을 묘사한 알레고리 소설로 이슬람을 모욕했다며 문화 테러를 당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나기브 마푸즈처럼 루슈디 역시 생사를 걸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온 작가다. 이 때문에 루슈디는 죽음의 순간에 가까이 갔으나 끝내 살아남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 회고록 『나이프』를 세상에 내놓으며 다시 한번 자유와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이 책을 써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프』에는 루슈디가 이 책을 쓰기까지 고민했던 흔적이 녹아 있다. 피습 이후 자신의 에이전트 앤드루 와일리에게 글을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에이전트이자 그의 오랜 친구인 앤드루는 그를 격려한다. 입원 치료가 끝나고 몸이 회복된 루슈디는 셔터쿼 강연 직후로 출간이 계획되었던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적은 메모를 보다가 ‘이 사건에 대한 책을 반드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앤드루를 떠올린다.
드디어 글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써온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난 이걸 쓸 수 없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픽션에 집중하고 싶어도, 거대하고 논픽션에 가까운 무언가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앤드루 와일리의 말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피습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을 쓴 뒤에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어난 일을 소유하고, 그 사건을 책임지고 내 것으로 만들어 단순한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본문 209p)
루슈디는 이 회고록을 쓰는 일이 ‘치유’는 아니었다고 명백히 밝힌다. 그러나 『나이프』의 집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직시함으로써 이 사건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단순한 피해자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6장에서는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를 직접 대면하는 상상으로 그려내 루슈디 자신을 향한 의문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이 사건으로 루슈디는 파트와 때처럼 표현의 자유와 자신의 개성, 정체성을 위협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위협 앞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유일하게 진실한 방법,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가는 문학적 경로를 이해하고 내가 선택한 길을 받아들이며 그 길을 계속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선언한다.
혐오에 맞선 사랑의 힘에 대한
생생한 문학적 증언
루슈디는 자신에 대한 곡해와 혐오로 인해 피습을 당했지만, 반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삶과 작품이 피습 사건의 동기가 된 ‘신성모독’이라는 틀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될까 한탄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이 사건이 자신의 삶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루슈디는 2022년 PEN아메리카에서 했던 짧은 연설을 인용하며 문학이 세상의 추악한 일상성에 맞서는 힘을 강조한다.
현재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비명을 지를 때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후손에게서 눈을 돌려 이 끔찍한 순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과연 어떤 유용한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시는 총알을 막지 못합니다. 소설은 폭탄을 해체하지 못합니다. 모든 희극인이 영웅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력하지 않습니다. 오르페우스의 몸이 갈가리 찢긴 뒤에도 그의 잘린 머리는 헤브로스강을 떠내려가며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는 노래가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진실을 노래하며 거짓말쟁이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동료들과 연대하고 목소리를 더함으로써 우리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본문 286p)
진실과 자유를 수호하고자 일생을 맞서온 그의 삶에는 거짓과 혐오로 얼룩진 ‘죽음의 천사’가 찾아왔다. 하지만 곧이어 ‘생명의 천사’가 나타나 사랑의 힘을 보여주었다. 마침내 루슈디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청년을 대면하지 않고도, 재판의 판결문을 보지 않고도 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켜낼 수 있었다.
나는 피습 이후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떠올렸다. 이런 타격에도 우리의 행복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곳에, 셔터쿼 원형극장의 무대에 서서 나는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렇다, 우리는 불완전하게나마 행복을 재건했다. 하늘이 푸른 오늘 같은 날도 우리가 전에 알았던 것 같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행복은 상처 입은 행복이었다. 그 행복의 한구석에는 그림자가 있었고, 아마 언제까지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강력한 행복이었다. 일라이자와 포옹하며,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본문 331p)
사건 현장이었던 셔터쿼협회의 강연장을 찾은 후에 그는 “행복을 재건”했다고 말한다. 『나이프』는 증오에 맞서 “사랑의 생존을 기념”하는 책이자 진정한 자유의 회복에 대한 책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우리를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어떤 일’이 있다. 살만 루슈디는 한 청년이 휘두른 칼에 온몸을 공격받았다. 그러나 적의와 공포와 고통의 순간이 지나간 뒤 상처투성이가 된 루슈디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절한 의료진, 그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덕분에 루슈디는 처음 알려졌을 때와 달리 이 ‘어떤 일’이 칼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다시 쓰는 사람이다. 칼의 이야기를 사랑의 이야기로, 죽음의 이야기를 생명의 이야기로. 이건 니체와 베케트와 카버가 먼저 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 루슈디가 또하나를 보탰으니 앞으로 ‘어떤 일’을 겪고 괴로워할 누군가에게 이 책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김연수(작가)
이 책을 읽는 일은 그가 쓰러진 무대로 달려가 칼에 찔리고 베여 벌어진 목과 뺨을 함께 지혈하는 것과 같다. 손톱이 검붉게 물들고 두려움으로 눈 밑이 떨려도 이 정열적인 응급조치는 멈출 수가 없다. 엄지로 상처를 강하게 누르는 동안 찌를수록 타올랐던 그의 불꽃 한 점이 독자인 우리의 심부에도 옮겨붙는다. 그는 잃어버린 오른쪽 눈으로 낡고 병든 세상을 더 또렷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상 모퉁이에서 잘못된 신념이라는 괴물의 가죽을 벗겨낸 그의 드라마를 응시하며, 한때 들었던 장막 뒤의 포효가 더는 우리를 할퀴지 못할 것임을 문학의 망루와 종탑에 올라 감각한다. 이 책은 출간 자체가 하나의 성전(聖戰)이다. 김유태 (시인, 『나쁜 책』 저자)
재치 있고 담백하며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이 책은 자유가 직면한 위협을 상기시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지 알려준다. 뉴욕 타임스
루슈디의 승리는 바로 이것에 있다. 끔찍한 부상과 잔존하는 위협에도 예술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디언
생사를 걸고 자유를 수호해온 살만 루슈디
2022년 피습 사건 이후 첫 목소리!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작가
살만 루슈디의 2022년 피습 이후 첫 목소리
2022년 뉴욕주 셔터쿼의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피습당한 살만 루슈디가 공식적으로 처음 이 사건을 다룬 회고록 『나이프』가 출간되었다. 2022년 8월 12일, 살만 루슈디는 공개 강연을 준비하던 중 괴한에게 목, 가슴, 눈 등 온몸을 칼에 찔렸고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루슈디의 장편소설 『악마의 시』에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1988년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파트와)을 내린 이후 루슈디에게 처음 발생한 피습 사건이었다. 파트와 이후 루슈디의 작품을 번역한 일본, 이탈리아, 노르웨이의 번역가들은 피습을 당했고, 루슈디는 오랜 시간 은둔생활을 지속하며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1989년 호메이니의 사망 이후 이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형 선고를 집행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그에 대한 응징을 멈추지 않았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나를 비롯해 『악마의 시』 출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악명 높은 살해 명령을 내린 지 삼십삼 년이 흘렀다. 고백하건대, 그 세월 동안 나는 공개 포럼 같은 곳에서 암살자가 벌떡 일어나 바로 이런 방식으로 내게 다가오는 상상을 가끔 했다. 그래서 그 살인적인 형체가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그래, 너로구나, 이제 왔네, 였다. (본문 17p)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 3회 수상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긴 루슈디는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분노』 『조지프 앤턴』 『무어의 한숨』 등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에 풍자만화를 그렸다가 살해당한 만화가들이나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탄생을 묘사한 알레고리 소설로 이슬람을 모욕했다며 문화 테러를 당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나기브 마푸즈처럼 루슈디 역시 생사를 걸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온 작가다. 이 때문에 루슈디는 죽음의 순간에 가까이 갔으나 끝내 살아남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 회고록 『나이프』를 세상에 내놓으며 다시 한번 자유와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이 책을 써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프』에는 루슈디가 이 책을 쓰기까지 고민했던 흔적이 녹아 있다. 피습 이후 자신의 에이전트 앤드루 와일리에게 글을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에이전트이자 그의 오랜 친구인 앤드루는 그를 격려한다. 입원 치료가 끝나고 몸이 회복된 루슈디는 셔터쿼 강연 직후로 출간이 계획되었던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적은 메모를 보다가 ‘이 사건에 대한 책을 반드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앤드루를 떠올린다.
드디어 글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써온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난 이걸 쓸 수 없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픽션에 집중하고 싶어도, 거대하고 논픽션에 가까운 무언가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앤드루 와일리의 말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피습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을 쓴 뒤에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어난 일을 소유하고, 그 사건을 책임지고 내 것으로 만들어 단순한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본문 209p)
루슈디는 이 회고록을 쓰는 일이 ‘치유’는 아니었다고 명백히 밝힌다. 그러나 『나이프』의 집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직시함으로써 이 사건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단순한 피해자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6장에서는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를 직접 대면하는 상상으로 그려내 루슈디 자신을 향한 의문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이 사건으로 루슈디는 파트와 때처럼 표현의 자유와 자신의 개성, 정체성을 위협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위협 앞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유일하게 진실한 방법,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가는 문학적 경로를 이해하고 내가 선택한 길을 받아들이며 그 길을 계속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선언한다.
혐오에 맞선 사랑의 힘에 대한
생생한 문학적 증언
루슈디는 자신에 대한 곡해와 혐오로 인해 피습을 당했지만, 반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삶과 작품이 피습 사건의 동기가 된 ‘신성모독’이라는 틀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될까 한탄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이 사건이 자신의 삶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루슈디는 2022년 PEN아메리카에서 했던 짧은 연설을 인용하며 문학이 세상의 추악한 일상성에 맞서는 힘을 강조한다.
현재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비명을 지를 때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후손에게서 눈을 돌려 이 끔찍한 순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과연 어떤 유용한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시는 총알을 막지 못합니다. 소설은 폭탄을 해체하지 못합니다. 모든 희극인이 영웅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력하지 않습니다. 오르페우스의 몸이 갈가리 찢긴 뒤에도 그의 잘린 머리는 헤브로스강을 떠내려가며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는 노래가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진실을 노래하며 거짓말쟁이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동료들과 연대하고 목소리를 더함으로써 우리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본문 286p)
진실과 자유를 수호하고자 일생을 맞서온 그의 삶에는 거짓과 혐오로 얼룩진 ‘죽음의 천사’가 찾아왔다. 하지만 곧이어 ‘생명의 천사’가 나타나 사랑의 힘을 보여주었다. 마침내 루슈디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청년을 대면하지 않고도, 재판의 판결문을 보지 않고도 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켜낼 수 있었다.
나는 피습 이후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떠올렸다. 이런 타격에도 우리의 행복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곳에, 셔터쿼 원형극장의 무대에 서서 나는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렇다, 우리는 불완전하게나마 행복을 재건했다. 하늘이 푸른 오늘 같은 날도 우리가 전에 알았던 것 같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행복은 상처 입은 행복이었다. 그 행복의 한구석에는 그림자가 있었고, 아마 언제까지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강력한 행복이었다. 일라이자와 포옹하며,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본문 331p)
사건 현장이었던 셔터쿼협회의 강연장을 찾은 후에 그는 “행복을 재건”했다고 말한다. 『나이프』는 증오에 맞서 “사랑의 생존을 기념”하는 책이자 진정한 자유의 회복에 대한 책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우리를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어떤 일’이 있다. 살만 루슈디는 한 청년이 휘두른 칼에 온몸을 공격받았다. 그러나 적의와 공포와 고통의 순간이 지나간 뒤 상처투성이가 된 루슈디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절한 의료진, 그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덕분에 루슈디는 처음 알려졌을 때와 달리 이 ‘어떤 일’이 칼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다시 쓰는 사람이다. 칼의 이야기를 사랑의 이야기로, 죽음의 이야기를 생명의 이야기로. 이건 니체와 베케트와 카버가 먼저 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 루슈디가 또하나를 보탰으니 앞으로 ‘어떤 일’을 겪고 괴로워할 누군가에게 이 책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김연수(작가)
이 책을 읽는 일은 그가 쓰러진 무대로 달려가 칼에 찔리고 베여 벌어진 목과 뺨을 함께 지혈하는 것과 같다. 손톱이 검붉게 물들고 두려움으로 눈 밑이 떨려도 이 정열적인 응급조치는 멈출 수가 없다. 엄지로 상처를 강하게 누르는 동안 찌를수록 타올랐던 그의 불꽃 한 점이 독자인 우리의 심부에도 옮겨붙는다. 그는 잃어버린 오른쪽 눈으로 낡고 병든 세상을 더 또렷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상 모퉁이에서 잘못된 신념이라는 괴물의 가죽을 벗겨낸 그의 드라마를 응시하며, 한때 들었던 장막 뒤의 포효가 더는 우리를 할퀴지 못할 것임을 문학의 망루와 종탑에 올라 감각한다. 이 책은 출간 자체가 하나의 성전(聖戰)이다. 김유태 (시인, 『나쁜 책』 저자)
재치 있고 담백하며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이 책은 자유가 직면한 위협을 상기시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지 알려준다. 뉴욕 타임스
루슈디의 승리는 바로 이것에 있다. 끔찍한 부상과 잔존하는 위협에도 예술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디언
목차
1부 죽음의 천사
1. 칼
2. 일라이자
3. 해멋
4. 재활
2부 생명의 천사
5. 집에 돌아오다
6. A
7. 두번째 기회
8. 종결?
책소개
세계문학사의 유일무이한 기록이 된 거장
생사를 걸고 자유를 수호해온 살만 루슈디
2022년 피습 사건 이후 첫 목소리!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작가
살만 루슈디의 2022년 피습 이후 첫 목소리
2022년 뉴욕주 셔터쿼의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피습당한 살만 루슈디가 공식적으로 처음 이 사건을 다룬 회고록 『나이프』가 출간되었다. 2022년 8월 12일, 살만 루슈디는 공개 강연을 준비하던 중 괴한에게 목, 가슴, 눈 등 온몸을 칼에 찔렸고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루슈디의 장편소설 『악마의 시』에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1988년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파트와)을 내린 이후 루슈디에게 처음 발생한 피습 사건이었다. 파트와 이후 루슈디의 작품을 번역한 일본, 이탈리아, 노르웨이의 번역가들은 피습을 당했고, 루슈디는 오랜 시간 은둔생활을 지속하며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1989년 호메이니의 사망 이후 이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형 선고를 집행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그에 대한 응징을 멈추지 않았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나를 비롯해 『악마의 시』 출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악명 높은 살해 명령을 내린 지 삼십삼 년이 흘렀다. 고백하건대, 그 세월 동안 나는 공개 포럼 같은 곳에서 암살자가 벌떡 일어나 바로 이런 방식으로 내게 다가오는 상상을 가끔 했다. 그래서 그 살인적인 형체가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그래, 너로구나, 이제 왔네, 였다. (본문 17p)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 3회 수상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긴 루슈디는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분노』 『조지프 앤턴』 『무어의 한숨』 등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에 풍자만화를 그렸다가 살해당한 만화가들이나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탄생을 묘사한 알레고리 소설로 이슬람을 모욕했다며 문화 테러를 당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나기브 마푸즈처럼 루슈디 역시 생사를 걸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온 작가다. 이 때문에 루슈디는 죽음의 순간에 가까이 갔으나 끝내 살아남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 회고록 『나이프』를 세상에 내놓으며 다시 한번 자유와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이 책을 써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프』에는 루슈디가 이 책을 쓰기까지 고민했던 흔적이 녹아 있다. 피습 이후 자신의 에이전트 앤드루 와일리에게 글을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에이전트이자 그의 오랜 친구인 앤드루는 그를 격려한다. 입원 치료가 끝나고 몸이 회복된 루슈디는 셔터쿼 강연 직후로 출간이 계획되었던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적은 메모를 보다가 ‘이 사건에 대한 책을 반드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앤드루를 떠올린다.
드디어 글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써온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난 이걸 쓸 수 없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픽션에 집중하고 싶어도, 거대하고 논픽션에 가까운 무언가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앤드루 와일리의 말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피습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을 쓴 뒤에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어난 일을 소유하고, 그 사건을 책임지고 내 것으로 만들어 단순한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본문 209p)
루슈디는 이 회고록을 쓰는 일이 ‘치유’는 아니었다고 명백히 밝힌다. 그러나 『나이프』의 집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직시함으로써 이 사건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단순한 피해자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6장에서는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를 직접 대면하는 상상으로 그려내 루슈디 자신을 향한 의문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이 사건으로 루슈디는 파트와 때처럼 표현의 자유와 자신의 개성, 정체성을 위협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위협 앞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유일하게 진실한 방법,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가는 문학적 경로를 이해하고 내가 선택한 길을 받아들이며 그 길을 계속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선언한다.
혐오에 맞선 사랑의 힘에 대한
생생한 문학적 증언
루슈디는 자신에 대한 곡해와 혐오로 인해 피습을 당했지만, 반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삶과 작품이 피습 사건의 동기가 된 ‘신성모독’이라는 틀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될까 한탄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이 사건이 자신의 삶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루슈디는 2022년 PEN아메리카에서 했던 짧은 연설을 인용하며 문학이 세상의 추악한 일상성에 맞서는 힘을 강조한다.
현재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비명을 지를 때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후손에게서 눈을 돌려 이 끔찍한 순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과연 어떤 유용한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시는 총알을 막지 못합니다. 소설은 폭탄을 해체하지 못합니다. 모든 희극인이 영웅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력하지 않습니다. 오르페우스의 몸이 갈가리 찢긴 뒤에도 그의 잘린 머리는 헤브로스강을 떠내려가며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는 노래가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진실을 노래하며 거짓말쟁이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동료들과 연대하고 목소리를 더함으로써 우리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본문 286p)
진실과 자유를 수호하고자 일생을 맞서온 그의 삶에는 거짓과 혐오로 얼룩진 ‘죽음의 천사’가 찾아왔다. 하지만 곧이어 ‘생명의 천사’가 나타나 사랑의 힘을 보여주었다. 마침내 루슈디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청년을 대면하지 않고도, 재판의 판결문을 보지 않고도 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켜낼 수 있었다.
나는 피습 이후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떠올렸다. 이런 타격에도 우리의 행복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곳에, 셔터쿼 원형극장의 무대에 서서 나는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렇다, 우리는 불완전하게나마 행복을 재건했다. 하늘이 푸른 오늘 같은 날도 우리가 전에 알았던 것 같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행복은 상처 입은 행복이었다. 그 행복의 한구석에는 그림자가 있었고, 아마 언제까지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강력한 행복이었다. 일라이자와 포옹하며,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본문 331p)
사건 현장이었던 셔터쿼협회의 강연장을 찾은 후에 그는 “행복을 재건”했다고 말한다. 『나이프』는 증오에 맞서 “사랑의 생존을 기념”하는 책이자 진정한 자유의 회복에 대한 책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우리를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어떤 일’이 있다. 살만 루슈디는 한 청년이 휘두른 칼에 온몸을 공격받았다. 그러나 적의와 공포와 고통의 순간이 지나간 뒤 상처투성이가 된 루슈디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절한 의료진, 그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덕분에 루슈디는 처음 알려졌을 때와 달리 이 ‘어떤 일’이 칼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다시 쓰는 사람이다. 칼의 이야기를 사랑의 이야기로, 죽음의 이야기를 생명의 이야기로. 이건 니체와 베케트와 카버가 먼저 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 루슈디가 또하나를 보탰으니 앞으로 ‘어떤 일’을 겪고 괴로워할 누군가에게 이 책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김연수(작가)
이 책을 읽는 일은 그가 쓰러진 무대로 달려가 칼에 찔리고 베여 벌어진 목과 뺨을 함께 지혈하는 것과 같다. 손톱이 검붉게 물들고 두려움으로 눈 밑이 떨려도 이 정열적인 응급조치는 멈출 수가 없다. 엄지로 상처를 강하게 누르는 동안 찌를수록 타올랐던 그의 불꽃 한 점이 독자인 우리의 심부에도 옮겨붙는다. 그는 잃어버린 오른쪽 눈으로 낡고 병든 세상을 더 또렷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상 모퉁이에서 잘못된 신념이라는 괴물의 가죽을 벗겨낸 그의 드라마를 응시하며, 한때 들었던 장막 뒤의 포효가 더는 우리를 할퀴지 못할 것임을 문학의 망루와 종탑에 올라 감각한다. 이 책은 출간 자체가 하나의 성전(聖戰)이다. 김유태 (시인, 『나쁜 책』 저자)
재치 있고 담백하며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이 책은 자유가 직면한 위협을 상기시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지 알려준다. 뉴욕 타임스
루슈디의 승리는 바로 이것에 있다. 끔찍한 부상과 잔존하는 위협에도 예술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디언
생사를 걸고 자유를 수호해온 살만 루슈디
2022년 피습 사건 이후 첫 목소리!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작가
살만 루슈디의 2022년 피습 이후 첫 목소리
2022년 뉴욕주 셔터쿼의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피습당한 살만 루슈디가 공식적으로 처음 이 사건을 다룬 회고록 『나이프』가 출간되었다. 2022년 8월 12일, 살만 루슈디는 공개 강연을 준비하던 중 괴한에게 목, 가슴, 눈 등 온몸을 칼에 찔렸고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루슈디의 장편소설 『악마의 시』에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1988년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파트와)을 내린 이후 루슈디에게 처음 발생한 피습 사건이었다. 파트와 이후 루슈디의 작품을 번역한 일본, 이탈리아, 노르웨이의 번역가들은 피습을 당했고, 루슈디는 오랜 시간 은둔생활을 지속하며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1989년 호메이니의 사망 이후 이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형 선고를 집행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그에 대한 응징을 멈추지 않았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나를 비롯해 『악마의 시』 출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악명 높은 살해 명령을 내린 지 삼십삼 년이 흘렀다. 고백하건대, 그 세월 동안 나는 공개 포럼 같은 곳에서 암살자가 벌떡 일어나 바로 이런 방식으로 내게 다가오는 상상을 가끔 했다. 그래서 그 살인적인 형체가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그래, 너로구나, 이제 왔네, 였다. (본문 17p)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 3회 수상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긴 루슈디는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분노』 『조지프 앤턴』 『무어의 한숨』 등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에 풍자만화를 그렸다가 살해당한 만화가들이나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탄생을 묘사한 알레고리 소설로 이슬람을 모욕했다며 문화 테러를 당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나기브 마푸즈처럼 루슈디 역시 생사를 걸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온 작가다. 이 때문에 루슈디는 죽음의 순간에 가까이 갔으나 끝내 살아남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 회고록 『나이프』를 세상에 내놓으며 다시 한번 자유와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이 책을 써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프』에는 루슈디가 이 책을 쓰기까지 고민했던 흔적이 녹아 있다. 피습 이후 자신의 에이전트 앤드루 와일리에게 글을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에이전트이자 그의 오랜 친구인 앤드루는 그를 격려한다. 입원 치료가 끝나고 몸이 회복된 루슈디는 셔터쿼 강연 직후로 출간이 계획되었던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적은 메모를 보다가 ‘이 사건에 대한 책을 반드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앤드루를 떠올린다.
드디어 글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써온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난 이걸 쓸 수 없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픽션에 집중하고 싶어도, 거대하고 논픽션에 가까운 무언가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앤드루 와일리의 말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피습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을 쓴 뒤에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어난 일을 소유하고, 그 사건을 책임지고 내 것으로 만들어 단순한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본문 209p)
루슈디는 이 회고록을 쓰는 일이 ‘치유’는 아니었다고 명백히 밝힌다. 그러나 『나이프』의 집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직시함으로써 이 사건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단순한 피해자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6장에서는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를 직접 대면하는 상상으로 그려내 루슈디 자신을 향한 의문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이 사건으로 루슈디는 파트와 때처럼 표현의 자유와 자신의 개성, 정체성을 위협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위협 앞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유일하게 진실한 방법,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가는 문학적 경로를 이해하고 내가 선택한 길을 받아들이며 그 길을 계속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선언한다.
혐오에 맞선 사랑의 힘에 대한
생생한 문학적 증언
루슈디는 자신에 대한 곡해와 혐오로 인해 피습을 당했지만, 반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삶과 작품이 피습 사건의 동기가 된 ‘신성모독’이라는 틀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될까 한탄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이 사건이 자신의 삶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루슈디는 2022년 PEN아메리카에서 했던 짧은 연설을 인용하며 문학이 세상의 추악한 일상성에 맞서는 힘을 강조한다.
현재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비명을 지를 때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후손에게서 눈을 돌려 이 끔찍한 순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과연 어떤 유용한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시는 총알을 막지 못합니다. 소설은 폭탄을 해체하지 못합니다. 모든 희극인이 영웅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력하지 않습니다. 오르페우스의 몸이 갈가리 찢긴 뒤에도 그의 잘린 머리는 헤브로스강을 떠내려가며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는 노래가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진실을 노래하며 거짓말쟁이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동료들과 연대하고 목소리를 더함으로써 우리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본문 286p)
진실과 자유를 수호하고자 일생을 맞서온 그의 삶에는 거짓과 혐오로 얼룩진 ‘죽음의 천사’가 찾아왔다. 하지만 곧이어 ‘생명의 천사’가 나타나 사랑의 힘을 보여주었다. 마침내 루슈디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청년을 대면하지 않고도, 재판의 판결문을 보지 않고도 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켜낼 수 있었다.
나는 피습 이후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떠올렸다. 이런 타격에도 우리의 행복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곳에, 셔터쿼 원형극장의 무대에 서서 나는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렇다, 우리는 불완전하게나마 행복을 재건했다. 하늘이 푸른 오늘 같은 날도 우리가 전에 알았던 것 같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행복은 상처 입은 행복이었다. 그 행복의 한구석에는 그림자가 있었고, 아마 언제까지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강력한 행복이었다. 일라이자와 포옹하며,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본문 331p)
사건 현장이었던 셔터쿼협회의 강연장을 찾은 후에 그는 “행복을 재건”했다고 말한다. 『나이프』는 증오에 맞서 “사랑의 생존을 기념”하는 책이자 진정한 자유의 회복에 대한 책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우리를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어떤 일’이 있다. 살만 루슈디는 한 청년이 휘두른 칼에 온몸을 공격받았다. 그러나 적의와 공포와 고통의 순간이 지나간 뒤 상처투성이가 된 루슈디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절한 의료진, 그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덕분에 루슈디는 처음 알려졌을 때와 달리 이 ‘어떤 일’이 칼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다시 쓰는 사람이다. 칼의 이야기를 사랑의 이야기로, 죽음의 이야기를 생명의 이야기로. 이건 니체와 베케트와 카버가 먼저 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 루슈디가 또하나를 보탰으니 앞으로 ‘어떤 일’을 겪고 괴로워할 누군가에게 이 책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김연수(작가)
이 책을 읽는 일은 그가 쓰러진 무대로 달려가 칼에 찔리고 베여 벌어진 목과 뺨을 함께 지혈하는 것과 같다. 손톱이 검붉게 물들고 두려움으로 눈 밑이 떨려도 이 정열적인 응급조치는 멈출 수가 없다. 엄지로 상처를 강하게 누르는 동안 찌를수록 타올랐던 그의 불꽃 한 점이 독자인 우리의 심부에도 옮겨붙는다. 그는 잃어버린 오른쪽 눈으로 낡고 병든 세상을 더 또렷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상 모퉁이에서 잘못된 신념이라는 괴물의 가죽을 벗겨낸 그의 드라마를 응시하며, 한때 들었던 장막 뒤의 포효가 더는 우리를 할퀴지 못할 것임을 문학의 망루와 종탑에 올라 감각한다. 이 책은 출간 자체가 하나의 성전(聖戰)이다. 김유태 (시인, 『나쁜 책』 저자)
재치 있고 담백하며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이 책은 자유가 직면한 위협을 상기시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지 알려준다. 뉴욕 타임스
루슈디의 승리는 바로 이것에 있다. 끔찍한 부상과 잔존하는 위협에도 예술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디언
목차
1부 죽음의 천사
1. 칼
2. 일라이자
3. 해멋
4. 재활
2부 생명의 천사
5. 집에 돌아오다
6. A
7. 두번째 기회
8. 종결?